[책속의길] 사람을 재단하고, 판단한다는 것

권유리 기자 승인 2020.12.23 09:45 의견 0
사진제공=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진실은 거창해보이는 단어다. 어쩌면 단어 자체의 무게감보다는 진실을 말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기 때문에 무겁고 거창해보이는 단어로 인식되는 것일 수도 있다.

자신의 정체성, 속깊은 비밀, 아픈 상처를 누군가의 앞에 드러내야 하는 순간.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을 털어놓는 순간을 두려워한다. 더욱이 진실을 밝힌 후의 향방도 알 수 없다. 상대와 더 깊고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반면 작년 개봉해 화제를 모은 영화 ‘완벽한 타인’처럼 파국을 야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토록 스스로에게 위험한 진실에, 정작 타인은 눈을 희번뜩거리며 달려든다. 단순한 호기심일 수도, 아니면 더 친밀해 지고 싶은 욕심일 수도 있다.

‘리틀 라이프’의 주인공 주드의 삶도 그렇다. 화려한 외모와 비상한 머리를 가진 변호사지만, 왜 다리를 절게 됐는지 또 가족은 없는지 궁금증 투성이다. 그의 배경은 후반이 돼서야 설명되기 때문이다. 2권의 책이 전개되는 내내 그를 힘들게 한 트라우마의 이유도 책 말미에야 밝혀져 책을 읽는 내내 궁금증을 느끼게 한다.

극 중 주드의 친구들도 그를 궁금해 한다. 흑인 예술가 제이비부터 출중한 외모를 가진 배우 지망생 윌럼, 부잣집 도련님이자 건축가 맬컴까지, 친구들은 대학시절부터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자리를 잡고 늙어가는 긴 세월 주드와 함께하지만 그의 과거는 알지 못한다.

그들은 자기혐오에 빠진 주드를 늘 응원하지만, 가끔은 그의 배경을 알지 못해 마치 주드가 진짜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는 태도로 그를 대한다. 이것이 그들 사이 갈등을 촉발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긴 페이지를 다 넘긴 끝에 마주한 진실은 너무 참혹해 보는 이들을 힘들게 한다. 수십 년의 망설임 끝에 털어놓은 어린 시절 학대 경험은 너무 끔찍해 독자들도, 책 속의 친구들도 한 번에 읽어내지 못한다. 아무리 치료를 받고, 주변 사람들의 위로와 지지가 있어도 끝내 해결하지 못한 상처와 트라우마들은 이래도 모든 것을 알고 싶냐고 묻는 듯 잔인하게 다가온다.

책이 주드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만 주고 책을 덮을 때가 돼서야 그의 과거를 털어놨기 때문에 그를 편견 없이 볼 수 있었다. 누군가를 진짜 이해하고. 위로하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리틀 라이프’는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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