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길] ‘모순’ 덩어리인 세상,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권유리 기자 승인 2020.12.16 09:3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삶이란 모순의 연속이다. 자유를 갈망하지만 현실의 삶을 위해 내 안의 나를 내리눌러야 한다. 원하는 자유를 얻었을 때는 현실에 대한 걱정이 급습해온다. 우리는 모두 갈등 속에 살아가며, 그 갈등만 해결하면 행복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그래서 모순이란 대부분 부정적인 단어로 인식된다. 하지만 이는 지극히 정상이고 거부할 수 없는 내 삶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이 모순 속에서 우리는 선택이라는 갈림길을 마주한다. 그리고 선택에서 실패를 맛보는 일도 허다하다. 이 또한 내가 한 선택이라 누굴 탓하거나 원망할 수도 있다.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어차피 세상에는 완벽함은 없다. 완벽한 불행도, 완벽한 행복도 말이다. 결국 우리는 행과 불행의 기준치에 대한 각자의 해석과 선택의 반복 속에 살아간다. 모순된 삶에 굴하지 않고 나를 지켜가는 것, 그것이 행에 가까운 삶은 사는 것이 아닐까.

모순적의 삶을 사는 우리의 모습은 소설 ‘모순’(양귀자 作)의 주인공인 안진진을 통해 잘 드러나 있다. 안진진은 모순투성이 상황 속에서 고민하고, 방황하고, 혼란스러워하다가 마침내 선택한다. 결혼 상대부터 삶의 태도,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판단까지 매듭을 지으면서 소설은 끝이 난다. 안진진은 수많은 사건들 속에서도 묵묵히 제 삶을 꾸려간다.

그녀는 말했다. “인생은 터득하며 사는 게 아니라, 살면서 터득하는 것”이라고. 우리의 삶은 서로 다르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도 없다. 자살한 안진진의 이모도, 지독한 가난을 업고 꿋꿋이 살아가는 안진진의 엄마도 그리고 안진진도. 누구도 이들의 인생을 성(成)과 패(敗)로 정의내릴 순 없다. 어차피 다 모순덩어리인 삶이었으니 말이다.

이 책을 처음 읽은 건 대학생,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이성에 과감히 눈을 떴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안진진의 남자관계가 그토록 인상 깊었다. 성향이 완전히 다른 두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의 ‘짝’을 찾아가는 그 과정이 가장 흥미를 유발했던 터다.

그런데 서른의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지금은 다르다. 안진진의 모순 가득한 주변 인물들, 그리고 스스로의 모순을 받아들이고 주체적인 삶을 사는 그의 모습에 온 신경이 닿았다. “이렇게 살아서는 안 돼! 내 인생에 나의 생애를 다 걸어야해”라고 말하는 스물다섯의 안진진. 그때의 나는 안진진처럼 답을 찾진 못했다. 생각 없이 흘려보낸 그 시간들에 아쉬움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늦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인생은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라는 안진진의 말처럼, 그 탐구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는 천천히, 아주 천천히 읽어주었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덧붙여졌다.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어내려가기 쉬운 소설이지만, 천천히 곱씹다보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찾아낼 수 있다. 10년 후에 나는 ‘모순 덩어리’ 삶에서 또 어떤 선택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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