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의길] 볼 때마다 달라지는 고전 레전드…다시 ‘삼국지’를 읽다

이지영 기자 승인 2021.02.10 10:05 의견 0
사진제공=영화 '삼국지:용의 부활' 스틸컷
(사진=영화 '삼국지:용의 부활' 스틸컷)

나관중의 ‘삼국지’는 여전히 회자되고 가치를 인정받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독자에 따라 감동의 맥락은 다르겠지만 ‘삼국지’가 아직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작품이 담고 있는 수많은 인간군상의 매력, 그리고 여전히 적용할 수 있는 사회에 대한 교훈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삼국지’를 처음 접한 시기는 중학생 때였다. PC게임인 ‘삼국지2’에 빠졌을 때인데 게임에 나오는 수많은 인물들의 성격과 특징을 알아야 ‘천하통일’의 대업(?)을 빨리 이룰 수 있을 것 같아서 읽었다. 등장인물 대부분의 성격을 파악한 덕에 한 달 정도 걸리던 ‘천하통일’을 이틀로 단축시켰던 기억이 있다.

‘삼국지’를 읽은 사람마다 매력적인 장면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끌렸던 대목은 ‘적벽대전’ 전에 제갈공명이 오나라에 들어가 문관들과 논쟁을 벌였던 부분이다. 제갈공명은 장소를 비롯한 오나라 문관들과 설전을 벌였고, 결국 무관인 주유까지 굴복시켜 전쟁에 오나라가 참여토록 한다. 어느 한 사람이 ‘의지’를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해 나가며, 본인의 뜻을 결국 관철시키는 장면은 어느 독자든 끌릴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나이를 먹을수록 보는 시각도 달라졌다. 인물 한명, 한명에 집중하던 어린 시절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전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국가가 보였고, 주군과 신하의 상하관계가 보였다. 한 주군을 따르던 장수가 그 주군을 배신하고 다른 주군을 찾아가던 장면이, 과거에는 이해하지 못하다가 이제는 ‘명분이 중요하다’는 식의 해석까지 곁들이게 됐다. 물론 이 같은 모습은 중국뿐 아니라 동양권 많은 소설과 역사서에도 나온다. 그러나 캐릭터를 가장 뚜렷하게 드러내며 상황과 인물, 인물과 인물이 유연하게 결합하고 해체하는 모습은 ‘삼국지’가 가장 잘 그렸다.

회사를 비롯한 사회에서 조직 생활을 하면서 ‘삼국지’가 보여주는 메시지는 더욱 강하게 다가온다. 회사 오너의 모습에 유비, 조조, 손권, 동탁, 원소 등을 투영시키고, 뭔가 기획을 짜고 전체를 총괄하는 관리자의 모습에서 제갈공명, 사마의, 곽가, 서서, 주유를 본다. 또 일단 강한 추진력을 보이고 후배들의 신임을 얻는 이들의 모습에서 관우, 조운, 황충, 마초, 하후돈, 장합, 등의 인물들이 겹치게 된다.

어느 상황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처신을 하고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것이 이익을 따르는 것인지, 명분을 따르는 것인지, 그리고 그 결과는 어떠한지를 ‘삼국지’는 잘 보여준다. 그래서 흔히들 “삼국지를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랑 대화하지도 말고, 세 번 이상 읽은 사람과도 대화하지 말라”는 말은 100%까지는 아니더라도, 많은 부분 수긍을 한다. 거대한 시대의 1000여 명이 넘는 인물들의 삶을 단시간에 접한, 혹은 접하지 않은 사람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이다.

올 여름 설민석 작가도 2권으로 압축시킨 ‘설민석 삼국지’를 발간했다. 인물들 중심으로 수많은 사건들을 정리했다. 초심자에게는 꽤 괜찮은 책이라 여겨진다. 그러나 오랜 전 ‘삼국지’를 읽었고, 지금도 읽는 입장에서 ‘삼국지’를 해석한 책보다는, ‘원본 삼국지’ 등을 휴가 때 일독하길 권한다. 특히 인생에 대해, 사람에 대해 혼란을 갖는 이라면 ‘0000 하자’ ‘0000 하지말자’는 가벼운 조언의 책보다는 더 깊이 있는 조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위나라 중심의 ‘정사 삼국지’와 촉나라 중심의 ‘삼국지연의’를 구분해 읽는 것도 좋지만, 일단은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먼저 접하는 게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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