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여자에게 지나칠 정도로 무례하다. 여자는 남자와 다르게 당연한 권리만 외쳐도 페미니스트라며 손가락 받기 일쑤다. 자신의 사상이나 가치관을 피력하면 또 어떤가? 목소리를 내는 여자에게 기가 세다고 손가락질하는 세상에서 여자들이 살아가기란 녹록치 않다.

여자와 남자의 역할, 그리고 좋은 여자와 나쁜 여자로 나누는 이분법 속에서 성장한 여자들은 스스로를 낮추게 된다. 집에서, 학교에서, 사회에서 여자들은 얼마나 많은 차별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지 남자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것이다.

그렇게 성장한 여자가 결혼을 하면 또 어떤가? 맞벌이를 하면서도 살림은 여자, 육아는 엄마 몫이다. 맞벌이 여성의 가사 노동 시간이 남성의 7.4배에 이른다는 통계가 이러한 사실을 적나라하게 말해주고 있다. 남편보다 더 벌면 ‘남자 이겨 먹는다’고 폄훼 당하기 쉬우며, 남편보다 벌이가 적으면 ‘얼마나 번다고 나다니냐’는 모욕이 기다리고 있다.

여성들조차 그렇다.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직장맘은 늘 맘이 편치 않다. 전업 주부인 엄마들 모임에서는 ‘직장맘 애들하고는 같이 놀게 하면 안되’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린다. 이 같은 말에 상처 받고 경력을 포기하는 여성은 또 얼마나 많은가.

이런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여자들은 이내 침묵하고 만다. 침묵하면 ‘속을 알 수 없는 여편네’가 되고 분노하면 ‘기가 세서 집안 말아 먹을 여자’가 된다. 이 무슨 조선 시대 이야기냐고 반문할 독자가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2019년 현실에서 이 같은 일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다.

두 책 ‘무엇이 여자를 침묵하게 만드는가’와 ‘무엇이 여자를 분노하게 만드는가’는 여자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보살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언제 분노를 할 것이며, 어느 순간 침묵 할 것인지, 단호해야 할 때는 언제인지 상세하게 일러주고 있다.

나를 살리고 성장시킬 심리학의 지혜 ‘무엇이 여자를 침묵하게 만드는가’

‘무엇이 여자를 침묵하게 만드는가’는 미국의 임상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인 해리엇 러너가 쓴 책이다. 행복한 관계를 위한 진정한 내 목소리 찾기 수업이라도 해도 과하지 않을 만큼 책은 관계 속에서 필요한 이야기들을 단호하게 하고 있다.

“저 사람하고는 대화가 안 통해.” “아무리 말해 봤자 듣지를 않아.” 우리는 누구나 원활한 소통과 행복하고 친밀한 관계를 원한다. 하지만 아무리 선의를 가지고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고 대하더라도 대화는 어긋나고 관계는 삐걱거리기 십상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자기주장 훈련과 의사소통 기술도 관계가 침묵과 시련, 분노와 좌절, 힘든 시기에 빠지는 걸 막아 주지 못한다. 어떤 책이나 전문가도 우리가 인간적으로 겪는 고통스러운 감정의 파도를 막아 주지는 못한다.

해리엇 러너는 이러한 기술과 기법을 넘어서는 균형 잡힌 관점, 신중한 전략, 장기적인 계획을 제시한다.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바로 ‘진정한 내 목소리 찾기’다. ‘소통’이라는 표현으로는 다 포괄할 수 없는 이 고유한 목소리 내기란, 자기의 생각과 감정, 가치와 확신, 원칙과 우선순위를 정의하고 이에 근거해 최선의 선택을 내리는 일이다. 저자는 진솔한 자전적 체험과 수십 년간 임상심리학자로 일하면서 겪은 다채로운 사례들을 통해 우리를 창의적이고 지혜로운 대화와 관계의 장으로 이끈다. 이 친절하고 생생한 수업에서 우리는 힘겨운 관계의 늪에서 벗어나 나를 발견하는 동시에 더욱 성장시키는 구체적인 길을 배우게 될 것이다.

무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심리학 ‘무엇이 여자를 분노하게 만드는가’

“분노는 어떤 신호, 귀 기울여 들을 가치가 있는 신호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분노는 여러 다른 감정들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관심과 존중을 받아 마땅한 감정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여전히 여성들에게 분노하는 대신 침묵하고, 분노를 부인하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분노를 드러내면 ‘여자답지 못하다’ ‘이기적이다’ ‘공격적이다’는 비난을 듣는다. 이처럼 분노가 금기시되는 까닭에, 여성들은 자신이 화가 난 것을 인정하거나 표출하는 것 자체를 꺼린다. 심지어 화난 사실을 잘 알아차리지도 못한다. 그러다 보니 속으로 계속 분노가 쌓이게 되고, 견디다 못해 한 번씩 폭발하고 나면 무력감, 좌절감, 죄책감에 사로잡히고 만다.

그렇다면 여성들은 자신이 느끼는 분노와 분노를 부르는 인간관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화를 내면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을지는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노하는 것 자체만으로는 문제 해결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저자는 화를 내면서 싸우는 대신, 분노를 변화의 원동력으로 삼아 문제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자기(자신의 생각, 감정, 욕망, 바람, 신념)를 분명히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럴 때 여성들은 삶에서, 특히 인간관계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독립과 변화와 성장을 이루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분노 사용법을 알려주는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