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김진명 (사진=샘앤파커스)
작가 김진명 (사진=샘앤파커스)

김진명은 다작(多作) 작가다. 2019년 한 해 만해도 3월 ‘천년의 금서’, 8월 ‘직지’ 9월 ‘살수’를 서점에 내놓았다. 그리고 서점가를 휩쓴다. 한권짜리 소설도 아니다. ‘직지’와 ‘살수’는 각 2권 소설이다. 이런 탓일까? 김진명에게는 ‘대중소설가’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작가 자신은 이 같은 별명이 의미있다고 말하지만 문단의 은근한 견제로도 볼 수 있는 수식이다.

문단이 이 ‘대중소설가’ 김진명을 어떻게 평가 하든 그의 소설 가치는 필력(筆力)에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에 힘을 넣었다는 말이 아니다. 이토록 긴 소설을 단숨에 써 내려갈 수 있는 서사와 살아 움직이는 등장인물의 활력이 곧 김진명의 필력이다.

기실 김진명 소설만큼 잘 읽히는 책도 드물다. 역사적 사실을 심지로 시대를 오가며 맞닥뜨리는 미스터리와 위기는 힘 있게 이야기를 밀고 나간다. 그리고 그 끝에는 결국 역사가 서 있다. 그런 그가 대한민국 국호와 한글이라는 주제로 써 내려간 책이 ‘천년의 금서’와 ‘글자전쟁’이다. 현대적인 필체로 써 내려갔지만 고어(古語)같은 이유는 책을 읽는 내내 주인공이 처한 현실과 과거 역사적 시대 어디쯤이 오버랩 되는 탓이다.

■ 대한민국 역사에 거대한 비밀이 숨겨져 있나?…‘천년의 금서’

‘천년에 금서’에서 이정서는 시대의 지식인이자 미스터리의 키를 쥐고 있으면서도 그 실체를 몰라 헤매는 인물로 등장한다. 독자들은 역사를 따져보거나 문장 하나하나에 숨겨져 있는 행간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 이야기는 이정서의 뒤를 따라 흥미롭게 흘러간다.

이는 곧 작가 김진명이 오랫동안 품어온 의문부호다. 작가는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의 국호인 한(韓)이 어디서 왔는지에 대한 의문을 가졌다. 한(韓)이라는 글자를 담고 있는 오래된 자료들을 찾아 헤맨 작가는 기원전 7세기 무렵에 편찬된 사서삼경 중의 한 권에서 놀라운 기록을 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그 추적의 결과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국호의 비밀을 그리고 있다. 작가는 우리의 고대사에서 고조선보다 훨씬 이전에 존재한 나라의 실체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미국의 NASA 프로그램에서 증명되는 천문학적 실체에 대한 진실도 파헤치고 있다. 고대사 문제를 새롭게 조명하며, 다시 한 번 한국인의 정신을 일깨워준다.

소설 속에서 핵융합의 획기적인 발전을 주도했던 ETER의 물리학자 이정서는 대통령의 초청으로 프랑스에서 귀국한다. 하지만 며칠 후 친구의 충격적인 죽음을 접하게 된다. 경찰 수사에서 친구의 죽음은 자살로 판정되지만 정서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한다. 정서는 사건을 파고 들다가 다른 친구인 한은원 교수까지 실종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한(韓)이라는 하나의 실마리로 연결되어 있다.

■ 대한민국은 중국 아래 작은 나라인가? 대륙의 정신을 지배한 나라인가?…‘글자전쟁’

‘글자전쟁’은 그야말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소설이다. 또한 신비롭고 치열하다. 당연히 중국의 문자로 여기고 있는 한자 속에 우리의 역사와 정치적 메커니즘이 담겼다는 사실을 추적하며 쓰인 소설은 흥미진진하다.
더불어 욕망에 사로잡혀 있는 주인공의 심장 가운데를 애국심으로 채워 넣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진다.

스탠퍼드 출신의 명망 있는 국제무기중개상 이태민은 명예보다는 오로지 500억의 커미션을 챙겨 안락한 인생을 살고싶은 욕망으로 가득 찬 남자다. 무기제조업체 록히드마틴에 입사한 지 2년도 안 되어 헤비급 사원이 된 그는 특유의 비상한 머리와 국제정세를 꿰뚫는 날카로운 식견으로 나날이 탄탄대로를 걷는다.

하지만 무기중개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법의 그물에 갇히게 된다. 궁지에 몰린 그는 검찰 출석 하루 전날 중국으로 도피한다. 그곳에서 비밀에 싸인 남자 ‘킬리만자로’에게 USB 하나를 받게 된 태민은 머지않아 그날 밤 ‘킬리만자로’가 살해당한 사실을 알게 된다. 의문의 죽음 앞에 남겨진 USB. 중국의 치명적 약점이라던 킬리만자로의 말을 떠올리며 태민은 정체불명의 파일을 연다. 그리고 역사에 숨겨진 거대한 비밀과 마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