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읽기 위한 동기나 시간도 중요하지만 환경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사람들마다 각각 책을 잘 읽기 위해 선택하는 공간은 다를 겁니다. 어느 이는 도서관이 편하고, 어느 이는 카페가 편할 겁니다. 그래서 제시해봅니다. 리드어스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읽기 좋은 장소’를 말입니다. <편집자 주>

문화비축기지 탱크6에 위치한 카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첫 느낌은 비효율적과 불안감이다. 높은 천장에 벽면은 반듯하게 자른 타일을 붙인 듯한 느낌을 준다. 거대한 공간에 모든 것이 노출된 기분을 준다. 불안감이다. 테이블과 테이블 사이의 공간은 넓었다. 빽빽한 공간에서 집중하던 습관이 있는 사람은 당황하기 쉽다. 불안감이다.

그러나 자릴 잡고 음료를 주문하면 이 분위기는 달라진다. 높은 천장과 반듯한 타일의 이미지는 정돈된 느낌의 안정감을 주며, 불안감을 주던 넓은 공간은 오히려 나만을 위해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분명히 실내인데, 어느 넓은 마당에 홀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는 느낌이다. 책을 펴고 집중하기 좋은 이유다.

탱크6 카페는 크게 세 공간이 보인다. 음료를 주문 장소에서 보이는 공간은 문화비축기지의 넓은 공원 터가 보이며, 대개 4명 이상의 사람들이 주로 자리잡는다. 창밖이 보이기 때문에 가족단위도 많이 눈에 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 막힌 벽이 보이는 1인 좌석으로 된 긴 테이블이 보인다. 그리고 그 중간에 벽에 붙여 있거나, 공간 가운데 드문드문 위치한 테이블들이 있다.

기자가 추천하는 자리는 그 벽 쪽에 붙은 테이블들이다. 은은한 조명이 비춰지고 다른 테이블들과의 거리도 있으며, 타일 느낌의 세련된 벽은 굳이 칸막이가 없어도 나만의 공간으로 만들어진다.

탱크6에 위치한 카페를 추천했지만, 봄?가을에는 문화비축기지 곳곳에 독서를 즐기기 좋은 공간들이 있다. 특히 탱크2의 야외공연장은 볕 좋은 날은 탱크6보다 나은 조건의 독서 공간을 제공한다.

<문화비축기지는..>

상암동 문화비축기지는 묘한 공간이다. 월드컵경기장, 하늘공원, 난지공원, DMC 등 여러 주목할 만한 장소가 많은 상암동에서 ‘문화비축기지’를 쉽게 떠올리는 사람들도 없었고, 그 옆의 지나가면서 관심을 가져본 이들도 적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장소는 과거 산업화시대에 석유비축기기로 이용되었고, 41년간 일반인의 접근과 이용이 통제된 공간이었기 때문이다. 2013년에 현재의 문화비축기지로 변신을 결정했고, 2017년 9월 1일 시민에게 개방됐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지 불과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월드컵경기장 건너편에 있는 문화비축기지는 총 6개의 탱크가 존재한다. 원래는 석유를 비축하는 탱크는 5개였다. 여기에 기존 탱크들에서 해체한 내외장재를 재활용해 만든 것이 탱크6이다. 이곳은 카페테리아와 원형 회의실, 다목적 강의실이 있고, 하늘이 보이는 커다란 원형 오픈 공간이 존재해, 뮤직비디오 촬영이나 사진촬영회가 진행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