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드어스 Pick] 뉴욕 사람들은 왜 부고(訃告)란에 열광할까?

뉴욕타임스 'Book of the Dead'

안소정 기자 승인 2021.05.21 09:0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뉴욕 사람들은 왜 부고(訃告)란에 열광할까?

뉴욕 타임스의 부고(訃告)는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는 대화의 주제이자, 오랜 전통과 신뢰성으로 익히 알려진 이 신문의 다양한 지면들 중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지면이기도 하다. 전 세계 독자들이 매일 이 부고란을 처음으로 펼쳐보게 되는 이유는 누군가의 사망 소식을 확인하려는 것뿐만이 아닐 것이다. 부고 기사를 통해서 우리가 사는 세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인물들에 대한 영감 넘치는, 통찰력 있는, 때로는 흥미로우면서도 품격을 잃지 않는, 정제된 이야기를 접하고자 하는 바람에서 일 것이다.

이 책은 168년 전, 뉴욕 타임스가 처음으로 부고 기사를 싣기 시작한 이래 역사적인 인물들의 사망 당시 실제로 신문 지면에 실렸던 기사들을 연대순으로 한데 묶어낸 최초의 결과물이다. 현직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 편집자 윌리엄 맥도널드는 창간호부터 지금까지 뉴욕 타임스에 실린 수많은 부고 기사들을 정치, 문화, 예술, 과학, 철학 등등의 분야로 나누고, 그 속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사들을 선별하여 이 책을 구성하였다. 또한 빅토리아 여왕, 아인슈타인, 마릴린 먼로, 코코 샤넬, 로빈 윌리엄스, 더글러스 맥아더, 마이클 잭슨, 프린스 등등, 희귀 인물 사진들을 수록하여 역사 속에 묻혀 있던 이들의 삶을 손에 잡힐 듯 생생하게 되살려내고 있다. 뭔가 오롯이 몰입할 수 있는 텍스트를 찾는 이들에게 이 책은 과거와 현재, 사실과 판단, 그리고 개인과 사회 사이를 넘나드는 지적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이 책을 책임 편집한 윌리엄 맥도널드는 영문판 서문에서 이 책의 의의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1851년 9월 18일, 뉴욕 타임스 창간호가 나온 이 날짜를 생각해보자. 뉴욕 타임스 부고란 편집자로서 느끼는 자부심 때문에 내가 다소 편견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토록 일찍이, 남북전쟁 시대 정치가이자 법률가 대니얼 웹스터에서 글램 록이란 장르로 시대를 앞서간 가수 데이비드 보위에 이르는 역사적인 인물들에 대한 방대한 기록을 보유한 언론사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뉴욕 타임스만큼 역사 기록 작업에 크게 기여한 언론사도 드물 것이다. 이 책은 뉴욕 타임스의 부고 기사를 통해 남북전쟁 이전부터 현시점까지 세계 역사에 발자취를 남긴 위대한 인물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 책의 목적은 온라인 아카이브처럼 모든 정보들을 모아서 일률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아니다. 19세기 초반 이래 세상을 변화시킨 인물들은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의 수를 훨씬 넘어서며, 이들 모두를 다 기록하려면 책 10권은 족히 넘을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영웅이든 악당이든 역사적으로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다는 데 반론의 여지가 없는 이들만을 선별하려고 노력한 결과물이다. 이 책에 수록된 이들은 뉴욕 타임스 부고 기사에 실린 소수의 사람들 중에서도 또 한 번 선별된 소수 중의 소수들이다. 업적, 명성, 그리고 사회에 미친 영향을 기준으로 선택된 이 책 속의 인물들은 부고 기사 편집부에서 사용하는 표현대로 말하자면 ‘역사 속으로 비상(飛上)한 사람들’임이 분명하다“/ (저자 뉴욕타임즈, 편저 월리엄 맥도널드┃인간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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