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빨간소금
(사진=빨간소금 출판사)

맥도날드 배달 노동자, 우버이츠 드라이버로 살다 라이더의 지킴이가 된 남자. 알바노조 위원장을 지낸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다. 라이더유니온은 지난 5월 1일 출범한 배달 라이더들의 노동조합이다. 2016년에는 국회 앞에서 '최저임금 1만원' 단식투쟁을 벌였고 지난해 ‘폭염수당 100원을 주세요’ 1인 시위를 하기도 했던 인물이다.

지난 5일에는 공공운수노조와 함께 택배·배달 노동자 임금처우 개선과 휴식권 보장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공동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배달노동자는 배달사업자·플랫폼업체·식당 운영자 등 다수의 사용자가 있기 때문에 쉴 권리를 보장받기 힘들고 처우개선도 쉽지 않다”면서 “명절이나 날씨가 매우 안 좋을 때는 유급휴일을 보장해 마음 편히 쉴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업체에 맡겨 둬서는 이 같은 제안이 사실상 이행될 수 없기 때문에 사회적 합의를 동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활동반경은 넓어지고 있지만 주장은 하나다. 배달 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박 위원장 책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에 오롯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부제는 알바 노동자의 현재와 미래로 배달 노동자로 활동영역을 넓히기 전 알바 시장의 실태와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 자신도 알바를 하며 생계를 이어봤기에 책은 더욱 현실적으로 한국 사회 속 알바를 조명하고 있다.

“취업준비생, 정리해고당한 중년 등 알바시장은 전연령대로 확산된 상황. 그리고 플랫폼을 통해 구인광고로 쓰게 되는 ‘플랫폼 노동’이라는 제 3의 노동시장까지 형성됐다. 이 가운데 알바생들의 현실은 나아지지 않았다. 맥도날드만 해도 외국에서는 자본주의의 상징이라 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나마 노동법을 지키는 좋은 일자리라고 해서 ‘알바계의 삼성’이라고 한다. 편의점 알바는 알바의 사각지대로 봐도 좋을 정도다. 알바생은 유통기한이 지난 이른바 ‘폐기 도시락’을 먹기 일쑤이고, 24시간 열려 있는 곳에서 1인이 알바를 하다보니 각종 위험에 노출된 상황이다. 진상손님은 물론이고 알바생들은 ‘낮은 인간’으로 보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다른 알바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몇몇 사장님은 ‘화장은 곧 예의’라 지적하는 예의없는 사장님들이다. 노동을 위해 화장을 하고, 나중엔 화장을 지워야 하고 그럼 이 시간은 노동 시간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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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사를 위한 정책, 알바생 자력으로 권리 찾아야 하는 세상

특히 박 위원장은 현재의 사회 구조가 알바와 가맹점 사장을 죽이는 것이라 지적한다. 통상 알바를 많이 쓰게 되는 프랜차이즈 매장의 경우 사장은 가맹점주로 본사는 알바 노동자의 사장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은 노동자가 누릴 수 있는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없다. 반대로 본사는 가맹점주, 즉 자영업자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임금노동에 대해 많은 할인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 가운데서 알바생들만 피해를 보는 일이 많다는 것이 박 위원장 주장이다.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알바생이 어떻게 억울한 피해 없이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한 댓가를 받을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가장 좋은 방법으로 ‘노동일기’를 꼽는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경우, 사장이 노동자를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다. 이 경우에는 노동일기를 쓰는 것이 좋다. 몇시에 출근해 몇시에 퇴근했는지, 서빙, 청소 등 어떤 일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적어두는 것이다. 사소해보이겠지만 이후 분쟁이 생겼을 경우 노동일기는 아주 좋은 증거가 된다. 그런가 하면 월급을 현금으로 주는 사장들이 있는데 이 경우 현금은 증거가 되지 않는다. 때문에 월급을 받아 그냥 쓰지 말고 곧바로 은행으로 가 입금하길 권한다. 정기적으로 정해진 날짜에 통장에 입금한 흔적이 내가 노동했다는 증거가 된다. 출퇴근시 교통카드 내역 역시 좋은 증거가 될 수 있다”

박 위원장은 ‘이것은 왜 직업이 아니란 말인가’를 통해 알바 노동자가 사회와 상생하는 길을 꿈꾼다. 알바생의 시간제 노동에 대해 사회가 유연해져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규직, 비정규직, 알바노동자들이 한 사업장에서 구분없이 함께 일하는 노동사회가 그가 꿈꾸는 세상이다. 특히 박 위원장은 이를 위해선 아르바이트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더불어 노동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창한다. 오늘도 그는, 그가 꿈꾸는 세상, 알바생들이 활기차게 정당한 댓가를 받으며 노동력을 제공하는 세상을 위해 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