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해왔다면, 틀에 박힌 사랑이 지루하다면, 파격을 꿈 꾼다면 기꺼이 용기를 불어넣어 줄 작가 전경린의 숨소리 '나비'를 권한다.

요즘 나의 화두는 사랑이다.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문제만큼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 것 또한 한 번쯤 진중하게 고민해봤어야 했을 것을. 되는대로 하고, 주는 만큼 받는 사랑을 했다. 나이와 사회생활, 그에 따른 영악함과 비례하지 못한 사랑의 감수성이 뒤늦게 적지 않은 고통을 안겼다. 누군가는 결혼을 했고, 또 누군가는 아이를 낳아 다른 형태의 사랑에 푹 빠져 있을 나이에 이제 겨우 사랑이라는 감정의 일면을 본 순진함 혹은 철없음이라고 해야 할까. 그 뒤늦은 옹앙이 덕분에 꽤 많은 생각을 하는 요즘, 단 하나의 답을 얻었다고 한다면 "로맨스는 영원하다"는 것.

이 책 '나비'는 여자의 나이와 여자의 사랑에 관한 작가 전경린의 해석을 담은 산문집이다. 무려 7년 전에 읽었던 책이다. 왜 그랬는지 당시 내 나이가 스물여덟 살이었을 텐데도 스무 살의 혼란스러운 이미지가 짙게 남은 책이었다.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다시 들여다보지 않았던 책인데 이제 다시 펴보니 한 글자 한 글자가 가슴에 새겨진다.

금기, 관능, 열정… 이 세 가지 단어가 매직아이처럼 선명하게 떠오른 글귀였다. 최근 지난해 관능을 엿보았고, 최근 내 스스로 만들어 낸 금기를 들여다본다. 그런 가운데 가슴 속에서 통제되지 않는 열정이 삐져나오는 것을 목도했다. 서른다섯이 될 때까지 틀 안에 가둬놨던 사랑이 그 스스로 생명체가 되어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된 셈이다.

그리고 장담하지 말자, 매도하지 말자, 비난하지 말자. 특히 사랑에 이르러서는 그 누구도 정상일 수 없으니까.

(사진=신리비 기자)

사람들은 옷을 입은 채로는 바닷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옷을 입은 채 바닷물에 빠지는 것도 인생이다. 마음속에 금기를 갖지 말아야 한다. 생은 그렇게 인색한 게 아니니까. 옷을 말리는 것 따윈 간단하다. 햇볕과 바람 속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되는 것이다. 살갗이 간 고등어처럼 좀 짜지기는 하겠지만 말이다.

퇴폐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퇴폐는 그 모든 것 이후를 뜻한다. 어떤 이유로든, 의지가 깨끗하게 사라진 경지. 의지가 없는 삶, 관능적이지 않는가.

사랑을 하려면 담 안에 갇히는 결혼이 아니라 담장 바깥의 찬바람 속에서 연애를 해야 한다. 사랑이란 누군가와 잘 지낸다는 것과는 다르다. 엄밀히 말하면 사랑이란, 어떤 사람도 심연 속에 자아를 내던지는 행위이고 동시에 이 사회의 윤리와 규칙, 체제와 통념, 그 전체와 맞서 겨루는 열정이고, 일상에 저항하는 힘인 것이다. 모든 사람이 다 사랑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대부분의 사람은 절대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