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개봉한 영화 ‘호랑이보다 무서운 겨울손님’은 영화 자체보다도 주연 배우들 때문에 관심을 받았다. 드라마 ‘리턴’ 하차 후 첫 공식석상에 나올 뻔한 (그러나 나오지 않은) 고현정과 성추문 논란 이후 스크린으로 복귀한 이진욱의 작품이었다. 이광국 감독이 홍상숨 감독의 조감독이라는 이력답게 전체적으로 ‘홍상수’의 향기가 나온다.

내용은 이렇다.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탈출하던 어느 겨울의 어느 날, 여자친구 집에 얹혀살던 경유(이진욱 분)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여자친구에게 쫓겨났다. 다소 황당한 방식으로 이별 통보를 받게 된 경유는 캐리어 하나를 끌고 대리 운전 아르바이트에 매진하지만 좀처럼 꼬인 인생은 풀릴 기미가 안 보인다. 그러던 중 경유는 그토록 꿈꿨던 소설가가 되어 있는 옛 연인 유정(고현정 분)과 갑작스럽게 재회하게 된다. 처음엔 자신이 이미 결혼했다며 거짓말을 하더니, 다음날 경유에게 문자를 보내고, 답변이 없자 만나자고 전화하는 속을 알 수 없는 여인 유정이다.

소설가를 꿈꿨던 경유가 가장 아끼는 책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소설 ‘노인과 바다’. 유정은 경유가 놓고 간 단출한 여행 가방에서 연애 시절에 경유와 대화를 나눴던 이 책을 발견하고 깊은 생각에 잠긴다. 이광국 감독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노인과 바다’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책이라고 생각해서 골랐다”고 말한 바 있다.

‘노인과 바다’는 불운과 역경에 맞선 한 늙은 어부의 숭고하고 인간적인 내면을 강렬한 이미지와 간결한 문체로 그려낸 작품으로 헤밍웨이의 필생의 걸작으로 꼽힌다.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이후 헤밍웨이가 건재함을 보여준 만년의 대표작으로 1952년 처음 발표된 이후 1953년 퓰리처상, 1964년 노벨문학상을 헤밍웨이게 안겨줬다.

사실 이 때문에 영화에서 경유의 모습과 작품 속 노인의 모습이 어울리지 않는 평가도 있었다. 한쪽은 실패를 통해 자신의 삶을 제대로 꾸리지도 못하는데, 노인은 결국 자신을 이겨내고 승리자의 모습을 보인다. 물론 경유가 그런 모습을 추구하기 위해 ‘노인과 바다’를 결국 버리지 못하고 들고 다닌다는 해석도 가능하겠지만, 그러기에는 좀 더 성공의 느낌이 확실한 도서 선정이 낫지 않았냐는 아쉬움이 있다. 참고로 영화는 8976명이 관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