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저자 제공
세상 대다수 부모들의 욕심은 자녀가 자신보다 낫길 바라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이 때문에 부모들은 많은 비용과 에너지를 소모해가며 자녀를 몰아붙이고 자녀가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이 도리어 부모 자식간 사이를 멀어지게 만드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의 신경전은 부모가 바라기만 할 때 일어난다는 사실을 많은 부모들이 알지 못한다. 선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아이의 공부를 함께 하고 인도하는 모습을 보일 때 부모와 자식 관계도 부모가 바라는 ‘자신보다 더 나은 아이’도 키워낼 수 있다. 이 논리는 사실 일찍이 많은 교육자들이 강조해왔던 부분이지만 실천하기란 녹록치 않다. 많은 이들이 자신은 잘 알지 못해서, 시간이 없어서, 너무 바빠서 등 갖은 핑계로 부모의 책무를 피한 채 자녀에게만 교육을 종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앞장서 아이들을 이끈 부모가 있다. 특히 이들은 자신들이 직접 체험한 성공의 법칙을 다른 부모들에게도 알리고자 책을 냈다. 부모가 자녀를 가르칠 때 알아야 할 문법의 원리와 재미를 담아낸 ‘슈퍼 이지 잉글리시’다. 책의 저자는 김종수 씨와 앨리슨 리 씨 부부로 영어에 관심이 높았던 아빠, 10살 때부터 미국에서 살았던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를 잘 가르칠 수 있는 책을 써냈다. 이들의 이력만 보고 혹자는 기본기가 갖춰져 있어서 아이들의 영어를 손쉽게 가르쳤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 역시 보통의 부모와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 무엇보다 부모의 지식 정도가 아닌 관심과 열의가 자녀를 ‘영어 잘하는 아이’로 키워낼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지론이다. 네이버 포스트를 통해 이미 1만 팔로워를 보유한 이 부부가 영어책을 내기로 결심한 이유, 부모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실전 꿀팁 등은 무엇일까.
2019년 마지막날 만난 ‘슈퍼 이지 잉글리시’의 두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 아들과 5살 딸을 둔 부모다. 이들은 각각 책의 앞부분과 뒷부분을 맡아 아이를 키우며 특히 교육적 부분에서 느꼈고, 다른 부모 독자들에게 공유하고 싶은 내용을 책에 담았다. 영어 문법이라는, 어른들에게도 어려운 영역을 쉽게 풀어낸다는 것은 영어에 대한 지식이 폭넓어야 가능한 일이다. 엄마인 앨리슨 리 씨야 외국에서 살았기에 자연스럽게 익힌 부분이기도 하지만 김종수 씨에게는 쉽지는 않은 일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편이 아내의 지식에 소위 숟가락을 얹은 형태도 아니다. 김종수 씨는 오로지 아이들을 위해 10년 간 연구와 공부를 통해 책을 써내려갔다.
“이 책은 아빠 파트와 엄마 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내 걱정은 아이들이 영어 사춘기를 겪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영어를 잘하는 엄마에게 배웠어도 학교에 가면 주입식 교육이 시작되고 대화하는 일도 적어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럴 때 아이가 겪을 혼란이나 영어와의 멀어짐이 고민됐어요. 그걸 나는 영어 사춘기라고 표현하는 데 아빠로서 사춘기를 지나기만 바라기보다는 도와주고 싶었어요. 나는 영어를 좋아했지만 문법은 싫었거든요. 수학처럼 외운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변형이 되는 형식이 어려웠죠. 처음 포스트에 썼고 책 표지에도 적혀 있는 ‘night만 at을 쓰는 이유’를 파고들어봤어요. 통상적으론 밤에만 ‘at’을 쓰지만 영어권에서는 작가들이 특별한 밤이란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in the night’을 쓰거든요. 이런 영어의 감성적 부분으로 문법을 가르치면 좋겠다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죠. 내가 학창시절 궁금했던 게 뭐였는지 정리해보니 125가지더라고요. 이 해답이 영어의 역사와 문화에 있을 거란 확신을 했고 아들이 영어 사춘기에 다다를 때에 알려주고 싶어서 10년 동안 공부했어요. 지금 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생인데 아들이 끄덕일만한 이유를 다 찾아서 만들었죠. 기존 나온 책들 중 문법을 다루는 책들은 초등생용이라고 해도 용어 자체부터 어려웠어요. 그래서 고민 끝에 아이들도 볼 수 있지만 무엇보다 엄마 아빠가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책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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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교육 현실과 마주하며 아이들의 미래를 생각하다
오롯이 아이들을 위해 해외 사이트와 논문, 저서들을 살펴가며 공부했다는 김종수 씨의 결과물은 네이버 포스트에서 큰 호응을 받았고 주변인들이 먼저 나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라고 반응하면서 책이 나오게 됐다. 출판사에서도 기존 책들과 다른 소재가 재밌다고 판단해줬고 그는 기러기 아빠로 살았던 10개월의 외로움을 글쓰기로 상쇄하며 아이들에게 더 멋진 아빠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가장 큰 수확은 김종수 씨의 바람처럼 아이들의 반응도 좋았다는 것. 아들은 엄마 아빠가 쓴 ‘슈퍼 이지 잉글리시’를 읽으며 재밌게 문법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란다.
아이들을 위한 것이기도 했지만 엄마인 앨리슨 리 씨로서는 미국에서 교사 생활을 했던 교육자로서 한국 아이들의 영어 환경에 느낀 바가 커 책을 썼다고 덧붙인다. 그는 “남편이 아들에게 알려주는 문법 형식으로 써내려갔다면 나는 다섯 살 딸, 그리고 국내 아이들의 쉬운 영어를 생각했어요”라면서 “결혼 후 한국에 와서 10년간 교육을 하며 느낀 점은 그 포인트가 언어라는 영역 중 스피킹을 가장 제쳐두고 있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10개월간 아이들을 데리고 직접 미국 현지 교육 현실을 느낄 수 있게 해봤는데요.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말하고 읽고 쓰는 과정들을 한국에서도 부모님들이 관심을 갖고 동참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입시 공부가 아닌 자연히 익힐 수 있는 영어를 할 수 있는 방법 위주로 담았어요. 유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이 모두 볼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으로 구성했죠”라고 설명했다.
사실 김종수 씨가 문법을 파고들 때 ‘왜 문법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했다는 앨리슨 리 씨. 그저 자연스러운 영어 읽기가 당연하다 생각했던 앨리슨 리 씨는 한국에서 학원을 운영하며 겪은 국내 교육방식, 내신 등에 대한 아쉬움을 느꼈고 이에 재밌는 문법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무엇보다 그는 “남편이 아이들에게 이 문법이 왜 이런지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주는 방식을 습득해 내가 학원 아이들 문법을 가르쳤을 때 굉장히 성공적이었어요”라면서 남편의 감성적 문법 공부를 인정하게 됐다고 말한다.
책은 대화형으로 구성돼 술술 읽히지만 딱 봐도 공부책이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렇기에 책을 산 독자들이 일견 어렵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을 터. 이에 대해 김종수 씨는 “목차에서 가장 궁금한 것부터 보길 권합니다”라면서 “문법 48가지를 담았지만 내가 의도하고 항상 썼던 것은 몰랐던 것의 해결과 감동의 순이었어요. 독자분들도 읽다 보면 영어의 접점을 찾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조언했다. 특히 그는 문법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해할 때 영어를 숙제로 생각하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경험한 바이기도 하다. 그는 “문법은 다 다르지만 모두 연결되거든요. 문법은 감성으로 ‘초연결’돼 있어요. 그걸 깨우친 아이들은 문법 때문에 영어를 좋아하게 돼요. 영어를 좋아하는지라 주변의 아이들도 몇몇 가르쳐봤는데 영어를 못하던 아이도 재미있고 감성적으로 문법을 이해시켜주니 그 뒤로는 영어를 너무 좋아하게 돼서 다른 공부를 안할 정도였어요”라고 영어야말로 스스로 재미를 찾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적확하다고 강조한다.
사진=앨리슨 리 씨가 교사로 일한 미국 현지 학교 전경
■ 특별한 케이스라 가능한 일? 김종수-앨리슨 리의 단호한 “NO”
사실 이 지점에서 누군가는 이들이 명문대 출신이고, 영어권에서 자라 현지 교육자로까지 활동했다는 점을 들며 ‘그래서 가능한 일’이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작 두 저자의 첫 아이는 6살 때까지 말문이 트이지 않아 아예 영어를 시도조차 할 수 없었던 상황이었고, 이들이 아이를 가르치는 방식도 보통의 부모들과 다르지 않다.
우선 첫 아이의 경우 6살이 넘어 말문이 트인 후에도 혹시 언어혼동이 올까봐 한국말을 잘 익혔다는 생각이 들 때까진 영어의 영자도 꺼내지 않았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앨리슨 리 씨는 “아들은 언어 자체가 늦게 트였어요. 그래서 한국말을 모두 익힌 후에 자연스럽게 노래 등으로 노출되게 했고, 본인이 영어에 관심을 보일 때 교육을 시작했지요. 보통 엄마들이 마음이 급한데 우리는 책으로 배우는 것보다 몸으로 게임하는 식의 영어놀이를 했어요. 아빠도 큰 도움이 됐죠. 컵 하나로도 수십 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 아이가 재밌게 영어를 익혔어요. 나 역시 다른 엄마들과 다르지는 않아요. 아이를 내 욕심대로 따라가게 해주고 싶지만 아이들마다 따라오는 게 다르잖아요. 교사였기에 아이를 제 3자의 눈으로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아빠인 김종수 씨는 다른 성향의 두 아이를 키우며 국내 부모들이 천편일률적 영어 대신 아이들 성향에 맞춘 영어교육을 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친다. 그는 “배움의 속도가 빠른 아이라면 부담이 되더라도 조기영어교육을 체험해보길 권합니다. 느린 아이라면 읽기에서 쓰기로 가는 것이 도움이 되고 국내에서의 교육 방향 중 가장 마지막, 입시 초점인 아이들은 역설적으로 문법으로 재미있게 가르쳐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영어 뿐 아니라 아이들의 사고력, 창의력에도 큰 도움이 돼요”라고 조언했다.
■ “영어 못해도 괜찮다” 의지와 실천이 중요한 이유
둘째, 이들이 말하는 방법들이 보통 부모들에게도 통용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에 대해 두 저자는 부모가 영어를 못해도 아이들이 영어를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고 자신한다. 앨리슨 리 씨의 사촌동생과 일화가 단적이 예다.
“사촌동생이 영어를 못해서 아이 교육에 걱정이 많았어요. 동사, 명사 단어 같은 학교에서 배웠던 교육을 조금 기억하는 정도라 어느날 전화를 해서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하루 한단어의 마법을 알려줬고 동생은 실천하기 시작했어요.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오늘 미션이 ‘Clean(클린)’이라면 아이에게 자연스럽게 ‘Clean the table(테이블 치우자)’ ‘Clean your room(네 방 정리하자)’이라는 식으로 말해주는 거예요. 정말 아주 짧게 해줬는데도 동사를 활용한 하루 한 단어, 90단어를 딱 3개월 하니 아이가 자연스럽게 영어를 좋아하게 됐어요. 특히 이런 식의 간단한 단어들은 어린이 영어책들에 모두 담겨 있는 것들이라 그 시너지는 더욱 크죠. 어머니들이 ‘내가 모르는데’라는 두려움이 많으시겠지만 작은 것부터 실천해보길 권합니다”
이에 더해 김종수 씨는 발음을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조언을 보탰다. 그는 아이들의 경우 부모의 발음이 아닌 부모가 영어를 한다는 자체를 인식한다면서 가족이 영어를 쓰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환경이 되어야 진짜 영어를 습득하고 좋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하루 한 단어 단계를 넘어선다면 그 다음 순서로 영어의 공간을 마련할 것을 권해요. 우리집 같은 경우는 집의 한 공간을 영어만 사용하기로 정했거든요. 언어는 잘 사용하지 않을수록 멀어지고 두려운 것이라서요. 여기서 중요한 게 우리가 써붙인 문구가 ‘노 코리안’이 아니라 ‘우리는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문구였어요. 아이들에게 안된다는 어감보다 할 수 있다는 긍정적 표현을 해주는 게 중요합니다”라면서 “틀린 영어도 상관없어요. 의지의 차이에요”라고 덧붙였다.
두 저자는 부모의 영어실력이나 영어권에서의 경험보다는 부모의 관심과 의지가 자연스럽게 아이 교육에 녹아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요즘의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일방적으로 푸시하는 성향 보다는 함께 하려 하고 아이의 마음이 동하도록 노력한다는 부분에서 이미 첫걸음은 뗀 것이라고 분석한다.
사진=영맘영어놀이연구소를 진행 중인 앨리슨 리 씨
■ “AI시대, 더 인간적으로 나아가는 교육 필요하다”
‘슈퍼 이지 잉글리시’의 또 하나 매력은 바로 미국 문화와 교육방식 등에 대한 깨알같은 정보들이 함께 담겨 있다는 것이다. 영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여러 부분과 장점들이 소개되고 있는데 이 중 국내 교육에 꼭 도입됐으면 하는 부분에 대해 두 저자는 교육받는 아이들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피력하고 창의력을 높이는 방향성을 꼽았다.
앨리슨 리 씨는 “요즘 4차 산업혁명이니 AI 시대니 이런 얘기들이 나오면서 국내에선 초등과정에 그런 방향성을 도입중인데요, 사실 미국에서는 몇 십년 전부터 하고 있었거든요. ‘앞으로 이럴거야’가 아닌 자연스럽게 습득하고 적응하도록 환경을 조성해주는 부분이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미국은 교과서가 없어요. 동그랗게 둘러앉아 아이들 스스로 주제를 가지고 리서치 하고 활발한 대화가 이뤄지는 형식이에요. 그 안에서 그룹 프로젝트를 하더라도 리포터, 리서치 등이 역할을 통해 자연스러운 융합수업이 이뤄지는 것이죠. 무엇보다 아이들이 자기 스스로 생각하고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교육이라고 봅니다”라고 말했다.
특히 김종수 씨는 이같은 교육이 바탕이 되어야 아이들이 성장해 사회생활을 할 때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한다. 그는 “우리 회사에서도 회의 시간에 ‘네 생각은 뭐야?’라는 말을 많이 묻는데 아내가 앞서 말한 식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교육을 받은 해외파 출신 직원들은 먼저 나서서 자신이 원하는 바를 말하고 계획에 수반되는 지원의 필요성까지 체계적으로 말하더라고요. 틀리든 맞든 자기 생각이 있는 아이들로 키울 때 뭐든 시켜도 잘 하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AI시대에 더 인간적으로 가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설명했다.
이렇듯 확고한 신념과 앞선 교육관으로 두 아이를 키워가며 두 아이에게 효과를 봤던 방법과 노하우들을 보다 여러 부모들과 함께 하고 싶어하는 두 저자는 앞으로도 아이들이 더 즐겁게, 행복하게 영어를 익혀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안 중이다. 두 사람은 아이들이 놀이를 통해 영어를 배우는 방법들에 대해 이미 ‘영맘영어놀이연구소’를 통해 진행 중이며 놀이교과서 등 부모와 교육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책을 쓰고 싶다는 바람을 밝힌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에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란 놀이가 미국에도 있을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영어권의 비슷한 놀이를 알려주며 영어를 들을 수 있도록 하는 거죠. 이에 더해 놀이로 즐거운 아이들에게 읽어줄 수 있는 영어 동화책도 같이 소개해주려고 해요. 미국 융합수업의 어린이버전이랄까요, 단순히 학교 시험이나 입시에 맞춘 영어가 아닌 아이들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영어교육을 통해 우리 교육환경이 점차 변화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감성적인 영어 접근법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여러 분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