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잘 쓰면 책이 팔릴까?. 책을 내는 목적이나 동기 부여는 다양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책이 팔리지 않아도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모든 업계가 그렇듯, 출판업계에도 업계동향이라는 것이 있고 흐름, 즉 시대의 트렌드라는 것이 있다. 가능하다면 현재 독자들이 원하는 콘텐츠나 트렌드를 파악하고 그에 맞물려 북컨셉트를 잡아보는 것도 유용한 팁이 될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종이책’을 넘어 다양한 방식을 통해 ‘책’이 출판된다. 그러다보니 누구나 쉽게 책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고 그에 따른 ‘작가’들의 연령대 또한 확대되고 있다. 즉, 경쟁자들이 많아졌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사진=픽사베이)
■ 1990년대생 작가들이 서점가를 장악하고 있는 이유
실제로 서점 예스24가 1990년대생 작가들의 출간 도서를 기반으로 트렌드를 조명한 결과, 20대(23.4%)와 30대(28.1%) 독자 비율이 51.5%로 과반을 차지했다.
2030 독자들이 같은 시대를 살아온 이들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을 느끼면서 동년대 작가들의 책을 찾는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소설과 에세이, 사회 분야 도서 비율이 높은 편으로, 중장년층 작가들의 삶을 통찰은 이미 넘쳐나고 공감대를 이끄는데 한계가 있지만 젊은 작가들은 기성 작가들의 문법이나 스토리를 과감히 거스르며 새로운 이야기와 도전적인 화법에 전폭적인 지지를 이끌고 있다.
한 예로, 2019 SF 어워드 대상 수상 작가 심너울의 ‘나는 절대 저렇게 추하게 늙지 말아야지’는 우리 사회 숱한 부조리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담긴 소설집으로, 젊은 세대의 공감 포인트를 유쾌하게 그리는 한편 사회 문제들을 젊은 층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높은 관심을 모았다.
예스24 박형욱 소설/시 MD는 “대세로 떠오른 90년대생 작가들의 대담한 문제 제기와 깊이 있는 성찰은 또래를 넘어 기성세대로까지 폭넓은 공감과 인사이트를 제시하며 사회 문화 전반 새로운 물결을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사진=예스24)
■ 북트렌드를 읽어야, 내 책도 읽힌다
2년 가까이 지속된 팬데믹은 서점가 전반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며 다양한 도서 문화 트렌드를 형성했다.
예스24는 올해 주요했던 사회 문화 이슈와 도서 판매 데이터를 바탕으로 2021년 베스트셀러 트렌드 키워드 5가지에 대해 '소설 대성황의 해', '돈 되는 독서 생활', '원작의 재발견', '메타버스 A to Z', '인생살이 참고서'를 꼽았다.
침체된 사회 분위기 속 따뜻한 공감과 다정한 위로를 담은 다양한 소설 문학들의 꾸준한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이 문학 분야에서도 어두운 현실 속 희망과 사랑을 그린 창작동화들이 스테디셀러로 사랑받았다. 또 다른 공감과 위로의 '연애/사랑소설' 분야 도서 역시 인기를 모으면서 작년 대비 46.8%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비대면 시대, 자유로운 일상의 제한과 접촉의 단절로 스스로에 대한 불안감이나 인간관계의 회의감 등이 깊어진 사람들은 삶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도서들을 찾았다.
따뜻한 공감과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다양한 소설, 시들이 고단한 현실에 위로를 건네주면서 여전히 베스트셀러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코로나19 이후 일상은 물론 사람 간 관계의 방식 역시 급변하면서 따뜻한 상상으로 현실을 위로하는 판타지 소설과 다정한 언어로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시집들이 꾸준한 강세다.
예스24의 집계에서 보면 2019년 -9.6% 역성장했던 ‘소설·시·희곡’ 분야 도서 판매량은 팬데믹 이후인 2020년 21.4% 성장하며 반등한 데 이어 2021년 상반기에도 8.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소설 문학은 현실에 있음직한 허구의 인물과 사건을 통해 인간 삶의 방향성을 돌아보는 한편, 때로는 비현실적 상상으로 현실의 고통을 치유한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화되며 사람들의 우울감이 깊어짐에 따라 동화 같은 상상으로 따뜻한 희망과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는 힐링 판타지 소설이 대세로 떠오른 이유다.
충만한 감성으로 고된 현실을 위로하는 서정시의 꾸준한 인기도 주목할 만하다. 인간 내면의 가장 아름다운 심성을 모아 빚어낸 언어를 통해 정서를 풍요롭게 하고 삶의 균형을 부여하는 힘은 시 문학이 지닌 주된 가치로 꼽힌다.
박형욱 예스24 소설·시 MD는 “작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이어지고 있는 소설·시 문학 강세는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치고 힘든 현실 속에서 인간 삶의 의미를 돌아보고 공감과 위로를 전하는 문학의 가치가 유효함을 증명한다”면서 “다양한 장르의 문학 작품이 꾸준히 사랑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